매일 시주를 받기 위해 지나치던 과자가게 앞인데 오늘따라 왠지 더 달콤한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평소보다 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과자가게를 지나치는 스님의 길쭉한 뒤태를 멀거니 바라보다 작은 입이 한숨을 포옥 내쉰다.'거짓말쟁이..' 종종걸음으로 스님을 따라가던 작은 발이 천천히 느려지다가 결국은 과자가게의 끝에서 우뚝 멈춰서고 만다. 과자가게의 간판이 보일때부터 찾던 커다랗고 달팽이 등껍질처럼 돌돌말린 알록달록한 막대사탕만 눈에 들어온다. 입에 침이 고이고 벌써부터 달콤한 사탕냄새가 나는 것 같다.
'성아 왜 멈춰 서느냐- 얼른 가자꾸나.'
부드럽게 채근하는 명이스님의 낮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막대사탕에 팔린 신경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가 무엇을 저렇게 정신없이 보는가 싶어 뒤로 돌아온 명이스님은 이내 작게 웃고말았다. 그래 오늘이 그 날이었다. 말하고선 잊고 말았는데 아이는 오늘만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그래, 실아 오늘이 네 생일이구나. 오늘은 여기서 네가 먹고 싶은 것을 하나 사주기로 했었지? 들어가보자.'
정신없이 막대사탕만 바라보던 아이가 고개를 번쩍 치켜들고 눈을 반짝이며 환하게 웃는다.
'정말요? 스님 정말 그래도 돼요?'
스님은 말없이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알록달록한 가게 안으로 향했다. 늘 밖에서만 바라보던 가게 안은 밖에서 볼때보다 오십배는 알록달록하고 화려해서 눈이 핑핑 돌 지경이었다. 무엇을 살지 이미 정해져 있지만 커다란 과자가게 주인 바로 앞에 있는 사탕에 다가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실이는 스님의 바지를 꼭 잡고 스님을 올려다 봤지만 스님 역시 이런 가게는 처음인지라 어색하고 낯설기만 했다.
'성아 골라 보렴.' 스님이 바지를 잡은 손을 떼어내며 말씀하셨지만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이건 어떠니? 하고 가까이 있는 수박모양 사탕을 집어드셨지만 실이는 고개만 휘휘 저었다. 그럼 이건? 이건? 하고 여러개를 집어 들어 주셨지만 작은 머리통은 좌우로 움직이기만 할 뿐이었다. 몇날 몇일을 들여다 보기만 하던 가게였는데, 그런 저에게 생일날 사주마 하고 스님이 약속해 주셔서 겨우 들어와 봤는데, 저것이요- 하고 가리키기만 하면 되는데 저는 그 것조차 하지 못한다. 아이의 눈에 막 물기가 어리던 순간이었다.
따르릉- 따르릉-
카운터 저 안쪽에서 전화벨이 울리고 카운터에 서있던 과자가게 주인이 전화를 받으러 갔다. 실이는 고개를 번쩍 들고 그 틈에 늘 보던 그 사탕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사탕이 점점 가까워진다. 달콤한 향기가 한발짝 다가갈때마다 좀 더 진해지는 것만 같다. 그러다 소용돌이 모양이 자동차 바퀴보다 크다 느낄 만큼 가까워졌을 때 손이 닿았다. 사실 가게는 그리 큰 편이 아니었으나 아이의 짧은 다리로 수십미터는 걸은 느낌이었다. 그러다 문득 저를 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을때 어느새 통화가 끝나 자리로 돌아오던 가게주인과 눈이 마주쳤다. 성이가 화들짝 놀라는 순간 가게주인이 커다란 입으로 씩 웃음지었다. 살가운 웃음이었지만 저 커다란 이가 그저 무섭기만 한 아이는 그저 와앙 울어버렸다. 아이의 울음에 놀라 다가온 스님은 멋쩍게 웃으며 성이의 손에 쥐어져 있는 사탕의 값을 치렀다.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 동자승을 보며 당황하던 주인은 아이의 손에 작은 과자를 한주먹 쥐어주며 '스님- 울지말고 이거드세요.' 했지만 다가온 주인때문에 울음소리만 더 커질뿐이었다.
'성아 그만 뚝 그치지 않으면 이 것 스님이 다 먹어버린다?'
제 사탕을 먹어버린다는 소리에 울음을 뚝 그친 성이는 어느새 밖에 와있었다. 저가 우느라 정신이 없는 동안 스님이 데리고 나온 모양이었다. 와중에도 손에서 놓지 않은 사탕이 우렁우렁 맺힌 눈물 때문에 부옇게 보였다. 언제나 쳐다보기만 했던 그 곱고 커다란 사탕이 제 손안에 있었다.
'와- 와와--!! 스님!! 저 이거 지금 먹어도 돼요?'
'부처님전에 바치고 먹어야지. 조금 후에 먹거라.'
조금 실망했지만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실은 그저 제 손안에 그 달콤한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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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써놨었던건데 주소를 까먹어서 한참 못찾고 그냥 가끔 생각만 났었는데 찾았다 ^0^
작년초에 썼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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